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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아현동 철거민과 철거용역업체. 그리고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을 매개체로 한다. 그 곳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 경위는 재건축에 반대하며 망루에서 불법 시위 중이었던 철거민 박재호씨가 그의 아들 박신우군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흥분 상태에서 경찰에 둔기를 휘둘러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을 말한다.

 

박재호씨의 주장은 경찰이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 그래서 홧김에 눈이 돌아 경찰을 가격한 것이다.’ 라고 했으나 검찰에서는 박신우를 죽인 것은 경찰이 아니라 용역업체 직원 김만수씨다. 그렇기에 정당방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수사를 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 키워드였다. 여기에 주인공인 윤변호사가 이 사건을 국선변호사 자격으로 맡게 되고, 그의 동료들이 더해져 힘든 법정 공방을 시작하려는데.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달이 해가 되는 때. 늙은 나무의 그늘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찔러대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105p)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에 정치세력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세어나가자 여기저기서 개미떼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물론 거기에는 육식동물처럼 이들을 막으려는 막강한 권력도 개입되는데, 그걸 보고 흡사 영화 내부자들같은 까마득한 어둠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어둠이 기득권층이고, 지명하시고 현명하신 최상위계층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법정에서의 공방. 낭떠러지에서 법이라는 줄을 잡고 변호사와 검사는 줄다리기를 한다. 판사는 심판이다. 변호사 뒤에는 천 길 낭떠러지고, 그의 뒤에 피고인이 줄을 잡고 벌벌 떨고 있다. 판사는 중간에 서있는가. 아니면 검사 쪽에 서있는가.

 

말할 수 없는 부조화. 일본에서 수입한 독일식 법을 프랑스식 샹들리에 밑에서, 그리스에서 기원된 양식으로 한국인에게 선고하는 곳. 이곳이다.(258p)

 

2009년 용산에서 벌어진 사건을 연상케 한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당시 회자 되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법정 공방을 떠나서 이렇게 안타까운 죽음은 되풀이 되면 안 될 일이다. 소수에게 외면하지 않는 정당한 법의 잣대와 시선이 필요한 것 같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1월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과 경찰이 충돌해 옥상 망루에 불이 붙어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저자 : 손아람

출판 : 들녘

발매 : 2010.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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