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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차림으로 운동을 갔다가 잔뜩 웅크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어제보다 쌀쌀해진 날씨 탓이었을까? 재택근무 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지 가만히 떠올려봤다. 흔한 커피광고에 나올 법한 남자가 가디건을 어깨위로 두른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후릅 마시는 여유. 창밖의 풍경도 한 번 슬쩍 바라본 다음엔 눈 깜빡거림도 없이 타자를 두드린 후 이내 노트북을 덮는 그런 모습이다.

상상 속의 모습은 정말 부러운 모습이었다. 그 재택근무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시간 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익숙한 작업들을 마치고 나서 홀로 만끽하는 그 여유! 무심히 책꽂이를 보는데 내가 어제 읽었던 책은 야마나 유코 지음, 정은지 옮김.’이다. (갑자기?)

나는 출판번역가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리고 일종의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 나서는 내가 예상했던 직업군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으나,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하고 존경심마저 생겼다.

 



이 책의 저자는 당연하지만 출판번역가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출판 번역가로 전업을 한 그는 1.5~2 개월에 한 권씩 번역서를 내고 있으며, 번역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고 후배 양성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여러 기업이나 단체의 강연을 통해 부수입을 올리기도 하는 그는, 이 책을 통해 어떤 계기로 출판번역가로써 살게 되었는지 와 번역가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신의 노하우와 현직 출판번역가들의 조언을 엮어서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

 

 

번역에도 크게 출판번역, 영상번역, 비즈니스번역 이렇게 크게 세 분야로 나뉘는데, 출판번역은 마감일자의 터울이 다른 분야의 번역들보다 더 길어서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과 나중에 책이 출판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큰 차이점 중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나는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번역가의 원고료 내지는 수익구조였는데, 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어서 고마웠다. 번역가의 커리어마다 차이가 있고,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원고 1매당 3500~5000원 선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면 예를 들어 원고지로 1500매 정도 나온다고 치면, 1매당 3500원으로 계산했을 때 525만원이 나온다. 생각보다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으나, 번역가는 일반적으로 탐정이 되어 면식도 없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한 후에 앞뒤 문맥이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가독성이 좋게 우리말로 바꿔서 작문해야 한다는 필수옵션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실은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사실에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물론 계약할 당시 상황에 따라서 출판 후 인세를 계산해서 받는 경우도 있으나, 번역 후에 편집단계에서 출판이 미뤄지거나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번역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급받을 수 있도록 계약해야 한다는 점을 팁으로 강조했다.

 

번역가는 어떤 경로로 입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잠시 다루어 본다.

1. 인맥

2. 출판사에 직접 지원

3. 번역 에이전시 or 교육기관의 도움 받기

 

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특히 다른 것보다도 인맥을 통하는 경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 게 사실이지만, 이내 생각을 고쳤다. 그 인맥을 만드는 것도 능력일 것이고, 설사 그게 아니고 거저 얻어졌다고 하더라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능력이다. 남들보다 약간 더 수월하게 기회를 얻을 뿐이지 오히려 입문한 그 사실에 안주하고 발전이 없을 때, 나중에 인맥으로 따낸 기회의 결과를 보면 컴플레인이 들어와서 더 큰 타격을 입고 출판사와 번역가 서로에게 더 큰 손실을 가져다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입문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일이며, 글이 늙지 않도록 계속해서 자신의 글을 안티에이징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글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기 때문에 저자는 글을 보면 성별과 나이를 대략적으로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핀트도 못 잡고 중구난방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은 후, 글을 다룰 때의 그 자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스스로 더 늙지 않도록 꾸준히 독서하며, 꾸준히 써봐야겠다.

 


 

저자 : 김명철

출판 : 왓북

발매 : 2011.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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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섯 살 때 어머니는 행복이 인생의 열쇠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길래 나는 행복이라고 적었다. 그랬더니 내게 숙제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그들이 인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레논(John Lennon)

 

행복해 지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옆 사람을 보니까 외모가 잘나서 나보다 조금 더 행복한 것 같네? 아니야 외모보다는 그래도 지식이 풍부해야 사는데 불편함이 없지 않겠어? 그것도 아니야.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데 당연히 돈이 제일이지!

우리는 외모가 잘난 사람도, 지식이 풍부한 지식인도, 돈이 많은 재벌도 마음속에서 자신을 좀먹는 우울감이나 불행에 잠식되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를 더러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소리 내어 말하도록 시킨다. “오늘 참 수고많았어.” 실수가 많은 오늘이었다고 하더라도, “괜찮아, 잘 풀릴거야!”라는 긍정의 말들 말이다. 또 평소 부정적인 말들을 자주 사용하는지에 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써먹었던 방법인데, 녹음기나 녹화를 해서 무의식중에 얼마나 부정적인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지 체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나도 모르게 남발하는 제길, 젠장, 어차피 등이 듣기 민망할 정도로 많아서 내가 듣는 나의 목소리가 듣기싫을 정도였다.

 

이에 관해 저자는 상대방에게 말을 할 때도 나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되 긍정의 말들을 소리내어 전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말을 하면서 듣기도 하는 우리 자신의 뇌도 긍정적인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인생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오늘 밤은 자들기 전에 수고했어, 할당냥아 라고 다독이며 잠을 청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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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나 야구같은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다보면 가끔 듣게 되는 이 단어, 허슬. 허슬 플레이가 나왔어요!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그 선수를 향해 응원과 박수갈채를 보낸다. 여기서의 허슬 플레이(hustle play), 민첩하고 투지넘치는 플레이다. 1020대에 즐겨듣던 흑인음악에서도 허슬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뭔가 열정적인 느낌임은 분명한데 족집게처럼 명확하게 구분짓기 힘들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이들이 말하는 허슬은 무얼 뜻하는 걸까?

 

목표를 향한 결단력 있는 움직임.

간접적으로 그 움직임 자체가 행운을 창조하고 숨어 있던 기회를 드러내고

우리의 삶을 더 많은 돈과 의미, 추진력으로 충전시키는 움직임.

 

움직임이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강조된 것으로 보아, 아무튼 간에, 어찌됐던 간에 움직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나는 평소 심한 결정불안을 앓고 있다. 하다못해 메뉴를 정할 때도 오늘은 뚝불이다! 라고 생각했다가 아니야 돈가스가 괜찮겠어. 라고 바꾸기 일 수였다. 뭔가를 실행하기 이전에는 그놈의 완벽주의 때문에 무슨 일을 하기가 힘들 정도이며, 엄청나게 재고하는 스타일이어서 막상 그 일을 시작할 때는 제풀에 지쳐버리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일상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관찰일지를 작성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소름 끼치는 대목들이 많다.

 

*완벽 추구는 허슬을 방해한다.

 

허슬은 완벽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별난 점과 결점이야말로 허슬을 더욱 강력하고 독특하게 만들어준다. 허슬은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사랑하는 그 지점에서 생겨난다.

 

나야말로 완벽해지기 위해서 실행하기를 꺼려하는 완벽한 탁상공론자구나. 중요한 건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엉망진창의 악순환에서 탈피할 수 있으며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음인데, 완벽함은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좀 더 리스크를 회피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허슬을 통해 이익을 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고,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결코 움직이지 않는 나에게 필요했던, 결단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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